일반/우리가 꼭 알아야 할 꽃과 나무

1-1)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나무(ㄱ.ㄴ.ㄷ.ㄹ)

우렁터 2013. 1. 27. 15:14

<목차>

 

제목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나라 나무(가나다 순)

                

       ㄱ : 가이즈까향나무, 감나무, 개나리, 계수나무,

 

       ㄴ : 낙우송, 노각나무, 능소화 

 

       ㄷ : 단풍나무, 대추나무, 때죽나무, 동백나무, 등나무

 

       ㄹ : 라이락(리라꽃, 수수꽃다리)

 

       ㅁ : 마가목, 매화나무, 명자나무, 모감주나무, 모과나무, 목련, 목서(금목서, 은목서),

 

             무화과나무, 미루나무(美柳나무)

 

       ㅂ : 밤나무, 버즘나무(플래터너스), 배나무, 배롱나무, 벗나무, 복숭아나무(복사나무),

 

             비자나무

 

       ㅅ : 사과나무(능금나무), 사시나무, 사철나무, 산딸나무, 산사나무, 산수유, 산호수,

 

             살구나무, 생강나무, 수국, 수수꽃다리(라리락, 리라꽃)

 

       ㅇ : 앵두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ㅈ : 자귀나무, 자두나무(오얏나무), 자작나무, 조팝나무, 쥐똥나무, 진달래

 

       ㅊ : 철죽,  측백나무, 층층나무, 치자나무, 칠엽수(마로니에)

 

       ㅍ : 팽나무, 피나무

 

       ㅎ : 함박꽃나무, 호랑가시나무, 회양목, 회화나무

 

<부록1> 한국의 수목도감(분류표)

<부록2> 숲 용어사전

<부록3> 나무와 숲 천연기념물 일람표(지정번호 순)

<부록4> 나무와 숲 천연기념눌 일람표(소재지/행정구역별) : 탐사자료

 

 

 

 

 

 

 

1.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나라 나무(가나다 순)

 

ㄱ : 가이즈까향나무, 감나무, 개나리, 계수나무,

 

ㄴ : 낙우송, 노각나무, 능소화 

 

ㄷ : 단풍나무, 대추나무, 때죽나무, 동백나무, 등나무

 

ㄹ : 라이락(리라꽃, 수수꽃다리)

 

ㅁ : 마가목, 매화나무, 명자나무, 모감주나무, 모과나무, 목련, 목서(금목서, 은목서),

 

      무화과나무, 미루나무(美柳나무)

 

ㅂ : 밤나무, 버즘나무(플래터너스), 배나무, 배롱나무, 벗나무, 복숭아나무(복사나무),

 

      비자나무

 

ㅅ : 사과나무(능금나무), 사시나무, 사철나무, 산딸나무, 산사나무, 산수유, 산호수,

 

      살구나무, 생강나무, 수국, 수수꽃다리(라리락, 리라꽃)

 

ㅇ : 앵두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ㅈ : 자귀나무, 자두나무(오얏나무), 자작나무, 조팝나무, 쥐똥나무, 진달래

 

ㅊ : 철죽,  측백나무, 층층나무, 치자나무, 칠엽수(마로니에)

 

ㅍ : 팽나무, 피나무

 

ㅎ : 함박꽃나무, 호랑가시나무, 회양목, 회화나무

 

※ 내용은  <우리숲의 한국수목도감>과 <박상진 교수의 나무 이야기>에서 발췌하여 옮김

 

 

가이즈까 향나무

 

 

허브식물을 좋아 하듯 향기가 나는 향나무에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물론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향을 맡기 어렵고 나무를 베었을 때 속에서 향기가 나지만 곁에 심어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진짜 향나무는 짧고 날카로운 바늘잎이 주로 돋아나 있어서 피부가 닿으면 통증을 느낄 만큼 찌른다. 찌르지 않는 향나무가 바로 가이쓰카향나무다. 진짜 향나무와는 달리 바늘잎이 거의 없고 찌르지 않는 비늘잎(鱗葉)으로 이루어진 향나무의 한 변종이다. 학내에 자라는 향나무도 대부분 가이쓰카향나무다,

 

접두어 가이쓰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들어온 나무다. 중국남부에도 자라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일본 서부지방이 원산지라하며 오랫동안 수많은 선발육종을 통하여 오늘날의 가이쓰카향나무가 탄생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초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짐작되며 영천 은해사 대웅전 앞에서는 백년이 넘는 고목도 만날 수 있다. 볕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은 모래땅에 잘 자라며 추위에는 좀 약하나 공해에는 강하여 도심의 어느 곳에나 심을 수 있다. 관공서나 공원 및 학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향나무의 대부분은 가이쓰카향나무이며, 우리의 문화유적지에도 거의가 이 나무를 심고 있다. 특히 항일 유적지에 심겨진 가이쓰카향나무는 어울림이 맞지 않은 것 같아 좀 씁쓸하다. 가지가 나선상으로 돌려나는 특징이 있으므로 나사백(螺絲柏)이란 이름도 있으나 잘 쓰지 않고 가이쓰카향나무로 쓴다.

 

가이쓰카라는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나 오사카의 남부 ‘大阪府 貝塚市’의 가이쓰카(貝塚)라는 지명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원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는 높이 5~6m정도의 중키 정도이나 크게 자라면 높이 10m이상, 둘레 한 아름을 넘기는 큰 나무다. 향나무처럼 곧게 자라고 어린가지는 녹색이다. 원래 암수가 다른 나무로서 콩알 굵기의 열매가 달린다. 그러나 번식은 대부분 삽목으로 이루어 진다.

 

측백나무과 (학명)Juniperus chinensis var. kaizuka (영명)Kaizuka Chinese Juniper (일명)カイズカイブキ (중명)龙柏 (한명)螺絲柏

 

감나무

 

돌담으로 둘러쳐진 사립문, 마당 구석의 감나무 한 두 그루, 나지막한 초가집이 옛 우리 농촌의 풍경이다. 가을이 되어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리고 지붕 위에 달덩이 같은 박이 얹혀지면 짙어 가는 가을의 풍성함이 돋보인다. 더더욱 수확이 끝난 감나무 가지 끝에 한 두개씩 까치도 먹고살라고 남겨 놓은 '까치밥'은 우리 선조 들의 따뜻한 속마음을 보는 것 같다.

 

감에는 타닌이 들어있어서 단감이 아닌 이상 그대로는 먹기 어렵다. 껍질을 벗겨 말린 곶감(乾枾)으로 먹거나 따뜻한 소금물에 담가서 삭히기도 하고 아예 홍시를 만들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곶감은 몸의 허함을 보하고 위장을 든든하게 하며 체한 것을 없애준다. 주근깨를 없애주고 어혈(피가 모인 것)을 삭히고 목소리를 곱게 한다'하였으며 '홍시는 심장과 폐를 눅여주며 갈증을 멈추게 하고 폐와 위의 심열을 치료한다. 식욕이 나게 하고 술독과 열독을 풀어주며 위의 열을 내리고 입이 마르는 것을 낫게 하며 토혈을 멎게 한다'고 하여 감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옛 사람들의 중요한 약제이었다.

 

민간에서는 감이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이유는 바로 타닌 성분인데 수렴(收斂)작용이 강한 타닌은 장의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를 멈추게 한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 생기는 숙취의 제거에도 감은 좋은 약이 된다. 이는 감속에 들어있는 과당, 비타민C 등이 체내에서 알코올의 분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갈중이' 혹은 '갈옷'이라 부르는 옷을 무명에 감물을 들여 만든다. 감물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땀 묻은 옷을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밭일을 해도 물방울이나 오물이 쉽게 붙지 않고 곧 떨어지므로 위생적이다. 갈옷의 정확한 역사와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중국 남쪽에도 갈옷을 입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몽고의 지배를 받던 고려 충렬왕 때 전래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감나무의 쓰임새는 과실 만에서 끝나지 않는다. 목재가 단단하고 고른 재질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굵은 나무 속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것을 먹감나무(烏枾木)라 하여 사대부 집안의 가구, 문갑, 사방탁자 등에 장식용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또 골프채의 머리부분은 감나무로 만든 것을 최고급으로 친다.

 

열대지방에도 감나무 무리가 자라고 있으나 과일을 맺지는 않는다. 이 중에서 흑단(黑檀, ebony)이란 나무는 마치 먹물을 먹인 것처럼 새까만 나무이다. 그 독특한 색깔 때문에 멀리는 이집트 피라미드의 침상가구에서 오늘날 흑인의 얼굴을 새기는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급가구재, 조각재이다.

 

감나무와 고욤나무는 열매가 달리지 않을 때는 구별에 약간 어려움이 있으나 감나무는 잎이 두껍고 작은 손바닥만하고 거의 타원형이다. 고욤나무는 잎이 조금 얇고 작으며 약간 긴 타원형이다. 고욤은 작은 새알 만한 크기인데 먹을 육질은 별로 없고 종자만 잔뜩 들어 있어서 식용으로는 잘 쓰지 않고 감나무를 접붙일 때 주로 밑나무로 쓴다.

 

 

개나리

(Forsythia korean Nakai (영) Korean Forsythia, Korean Golden-bell (일) チョウセンレンギョウ (漢) 莘荑花<신이화>, 連翹<연교>, 大連翹<대련교>)

 

노오란 빛의 봄꽃은 산 속의 생강나무, 정원의 산수유, 개나리 등이 있으나 역시 노란 꽃의 왕좌은 개나리이다. 아련한 유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면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동요 가사 그대로 귀여운 병아리와 개나리는 한 쌍을 이루는 정말 아름다운 꽃이다. 정원에 개나리가 없다면 양지 바른 곳에 가지를 꺾어 그냥 꽂아 놓아도 잘 자라니 한 포기쯤 심어보자. 또 학명의 속 이름에 koreana가 들어갔으니 틀림없는 자랑스런 우리의 꽃이다.

 

말나리, 하늘나리, 솔나리, 땅나리, 중나리, 참나리 등 아름다운 우리 나라 꽃에 '나리'란 이름이 들어간 꽃의 종류가 많다. 이들은 대개 붉은 빛을 띤 황색으로서 꽃잎이 6개로 갈라져 뒤로 거의 동그랗게 말리며 짙은 자주색 반점이 마치 수줍음 많은 소녀의 얼굴에 난 여드름처럼 순박한 우리의 정서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어스푸레한 달밤에 여인을 보면 월하미인(月下美人)이라 하여 모두 이쁘게 보이 듯이 얼핏보면 나리와 개나리의 꽃 모양새는 아주 닮아 있다. 나리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앞에 '개'자만 하나 붙이면 아름다운 나리 꽃에 못지 않다 하여 개나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나리의 열매는 특히 연교(連翹)라고 하는데 성질이 차고 종기의 고름을 빼거나 통증을 멎게 하거나 살충.이뇨하는데 내복약으로 쓴다고 알려져 있다.

 

전국 어디에나 자라는 낙엽활엽수 관목으로 높이 3m 정도로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한 포기를 이룬다. 어린 가지는 초록빛이나 차츰 회갈색으로 되고 피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계란모양의 긴 타원형으로 중앙부 또는 중앙하단부가 가장 넓으며 중앙상단부에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 꽃은 3월에 노랑빛으로 잎의 겨드랑이에 1∼3개씩 달린다. 열매는 달걀모양이며 편평하고 9월에 갈색으로 익고 날개가 있다.

 

 

계수나무

 

중국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항아(姮娥)는 불사약을 가지고 달나라로 도망가서 달의 신이 된다. 처음 두꺼비로 알려졌다가 차츰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살고 있다는 지금의 전설로 바뀌었다.

 

우리 조상들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아련히 그리면서 천년만년 오순도순 평화롭게 사는 이상향을 상상하며 살았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금은 혼란스러우면서도 달나라 이야기는 어른이고 어린이고 모두의 낭만이며 꿈이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라는 윤극영의 동요는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였다. 그러나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동요에서처럼 계수나무도, 옥토끼도 정말 서쪽나라로 멀리 가버렸다.

 

한자로 계(桂) 혹은 계수(桂樹)라고 하는 계수나무는 쓰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이상한 나무'이다. 민화에 토끼와 함께 등장하고 동국이상국집을 비롯한 시가집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실제의 어느 나무라기보다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는 막연한 동경의 나무일 따름이다.

 

세종 16년(1432)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들이 임금님께 올린 감사의 글을 보면 "외람되옵게도 저 구름 사이의 계수나무 가지를 꺾게 되어, 궁궐에서 이름이 불리게 되고..."하는 내용이 있다. 이는 더 없이 높은 곳에 있는 계수나무가 벼슬을 얻었을 때의 상징나무이었음을 말한다. 대부분의 옛 계수나무는 이처럼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된 상상의 나무로만 존재한다.

 

다음은 한약재나 향신료로 쓰이며 중국남부에서 실제로 자라는 계수나무이다.

 

톡 쏘는 매운 맛을 내고 껍질을 벗겨 계피(桂皮)로 쓰는 계피나무(cassia)와 한약재로 주로 이용되며 약간 단맛과 향기가 있는 육계(肉桂)나무(laureirii)가 있다. 이들의 껍질 시나몬(cinnamon)은 향신료로 유명한데, 나무 이름에 한 자씩 들어가 있는 '桂'자 때문에 이 또한 계수나무가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신(河神)의 딸 다프네(Daphne)는 아폴론에 쫓기다 다급해지자 나무로 변해버린다. 중국 사람들이 이를 번역할 때 월계수(月桂樹)라 하였다. 한편 유럽남부지방에서 자라며 'Noble laurel'이란 실제의 나무도 다프네와 같은 월계수란 이름을 붙였다. 잎을 향료로 사용하며 승리의 표시로 월계관을 만드는 이 나무와 다프네의 월계수 역시 '달나라에서 자라는 계수나무'로 알려지게 된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계수나무란 이름으로 만나는 나무는 계피나무와 월계수는 물론 달나라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별개의 나무이다.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에 수입하여 심기기 시작한 일본의 나무로서 그들 말로 '가쯔라'가 대부분이다. 계수나무 종류는 일본 계수나무 외에 중국 원산의 한 종류가 더 있다

 

 

낙우송

 

왜 낙우송이라고 하나요? 잎사귀가 비 오듯이 떨어지는 소나무란 말인가요?. 어느 학생이 나에게 물어왔다. 교육정책 중에 특히 한자에 관한 정책이 수없이 오락가락하여 희생당한 우리의 20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다.

 

깃 우 자의 낙우송(落羽松)으로서 깃이 떨어지는 나무라는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낙우송은 납작납작한 잎이 가느다란 줄기의 양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어 마치 새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양이다. 가을에 낙엽이 질 때는 흔히 날개처럼 달린 잎이 하나 하나 떨어지기 보다 작은 가지 전체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낙우송은 특히 습기가 많은 곳, 심한 경우는 연못 속에서도 잘 자란다. 다른 어떤 나무보다 물을 좋아하는 '물나라의 나무'이다. 이러하다 보니 뿌리의 숨쉬기에 문제가 생긴다. 낙우송의 궁여지책은 기근(氣根)이라는, 마치 천불상(千佛像)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뿌리를 땅위 여기 저기로 돋아내어 호흡작용을 돕게 하는 것이다.

 

나무 껍질은 적갈색이며 세로로 얕게 갈라져 말린 미역처럼 생겼다. 오래되면 땅에 닿는 부분은 울퉁불퉁해지면서 땅으로 갈수록 갑자기 더 굵어진다. 덩치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바람에 넘어져 주위의 꼬마 나무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미국 남부지방 원산으로 1920년경 수입하여 심는 잎이 떨어지는 바늘잎을 가지며 원산지에서는 키가 자그마치 50m, 지름 4m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를 자랑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나무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경수로 심는다.

 

비슷한 나무에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세쿼이아(sequoia)라는 미국에 자라는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보다는 뒤에 나타났다는 의미로 메타(meta)를 붙여서 생긴 이름이다. 이 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화석나무로 유명하다. 벌써 멸종된 나무로 알고 있었는데 세계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중국 후뻬이성과 쓰촨성의 경계지역을 흐르는 양자강 상류의 한 지류인 마타오치 강에서 왕전(王戰)이라는 산림공무원은 지방민들이 숭앙하는 사당 부근에 신목(神木)으로 자라는 '이상한 나무'를 처음 발견하였다. 표본을 만들어 남경대학을 거쳐 북경대학에 보내짐으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아득한 옛날 공룡과 함께 살아온 이 나무가 사람들의 손으로 다시 살아난 것을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기껏 가로수로 자동차의 온갖 공해에 시달리는 힘든 삶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영겁의 세계로 사라져버리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곧고 빨리 자라며 크기도 아름드리에 이르나 나무가 너무 약하여 가로수 이외에는 별로 쓰임새가 없다. 북한에서는 물가에 잘 자라는 삼나무란 의미로 중국이름 그대로 수삼(水杉)나무라 부른다. 철자도 어려운 메타세쿼이아라는 긴 이름보다 간편하고 생태도 쉽게 짐작이 가는 수삼이 훨씬 마음에 든다.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는 잎이나 바깥모양이 매우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우나 잎이 붙어 있는 모양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낙우송은 잎과 잎이 서로 어긋나기로 달리고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보기로 달린다.<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

 

 

 

노각나무

 

노각나무는 소박하면서 은은한 꽃과 비단결 같이 아름다운 피부와 가장 품질 좋은 목기(木器)를 만들 수 있는 크다란 나무이다. 번거로움을 싫어하여 깊은 산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 자태를 숨기고 조용히 살아간다. 세계사람들이 공통으로 쓰는 학명에 'koreana'라는 지역이름이 들어간 순수 우리의 토종나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산의 나목(裸木)은 나무마다의 모습을 그대로 들어낸다. 어서 봄이 돌아와 볼품 없는 겨울 줄기에 옻이 입혀지기를 고대하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달리 노각나무는 아름다운 몸매자랑에 짧은 겨울 해가 원망스럽다. 곧바르게 쭉쭉 뻗은 줄기는 금빛이 살짝 들어간 황갈색의 알록달록한 조각 비단을 이어 두른 것 같다. 부분 부분이 마치 사슴뿔처럼 생겼다고 처음에 녹각(鹿角)나무라 하다가 노각나무로 된 것이다. 또 다른 이름 금수목(錦繡木)은 비단을 수놓은 것 같다는 의미이다. 아예 비단나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어쨌든 이 나무 껍질의 아름다움은 나무나라 제일의 섹시한 '피부 미목(美木)'이다.

 

새봄이 돌아와 잎이 피기 시작하면 아기 손바닥 크기의 갸름한 잎이 어긋나기로 달린다. 어릴 때는 약간 노르스름하며 잎맥을 따라 골이 진 것처럼 보이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 톱니가 있다. 봄꽃의 향연이 벌어질 때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에 들어서야 작은 주먹만한 하얀 꽃이 잎 사이를 헤집고 하나씩 매달린다. 주름진 다섯 장의 꽃잎이 겹쳐 피고 가운데 노란 꽃술을 내미는 꽃 모양은, 뒤 배경으로 펼쳐지는 푸른 잎사귀와 잘 대비된다.

 

크다란 휜 꽃의 소박함이 조경수나 가로수로 제격이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로수의 65%가 은행나무와 버즘나무라고 한다. 이처럼 특색 없는 가로수에서 탈피하여 각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자생수종으로서 노각나무는 가장 바람직하다. 한국에만 있는 특산수종이고 여름에는 녹음과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비단결 같은 고운 껍질이 일품이고 가을의 노랑 단풍은 노각나무가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이기 때문이다.

 

목재는 특별한 쓰임새가 있다. 바로 목기를 만드는 나무로 예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오늘날 남원 일대의 목기 유래는 지리산의 노각나무를 재료로 발달하였던 실상사의 스님들로부터 기술이 전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세포가 두껍고 단단하며 물관의 수가 적어서 습기에 강하여 생활목기로 따라갈 나무가 없다. 특히 조상을 모시는 제기(祭器)로는 최고급나무이다.

 

노각나무가 분포하는 지역은 좀 독특하다. 북한의 평안남도 양덕온천 지역, 소백산 희방사 부근, 내려와서는 지리산, 가야산, 가지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건너 띄어 남해에서 찾아진다. 어느 지역에 집중적으로 자라지 않고 이처럼 띄엄띄엄 나타나는 것은 목기를 만들기 위한 남벌로 다른 지역은 없어지고 오늘날 섬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7종의 노각나무 무리가 있고 이중에 일본노각나무는 우리 것과 비슷하여 조경수로 심고 있다.

 

 

 

 

능소화

 

여름이 깊어 가는 계절에는 주변이 온통 초록의 바다가 된다. 늘 푸르름에 지쳐 가버린 화사한 봄꽃을 아쉬워 할 즈음 능소화란 꽃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옛 시골 돌담은 물론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 담, 붉은 벽돌 담까지 가리지 않고 담쟁이덩굴처럼 빨판이 나와 정답게 달라붙어 아름다운 꽃 세상을 연출한다.

 

가장자리가 톱날처럼 생긴 여러 개의 잎이 한 대궁에 달려있고 회갈색의 줄기가 꿈틀 꿈틀 길게는 10여m이상씩 담장을 누비는 사이사이에 꽃이 얼굴을 내민다. 그냥 주황색이라고 하기 보다 노랑 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 꽃이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든다. 꽃잎은 5개씩 얕게 갈라져 정면으로 보면 작은 나팔꽃 같고 길다란 꽃 통의 끝에 붙어 있어서 옆에서는 트럼펫을 닮았다. 그래서 영어이름은 아예 'Chinese trumpet creeper'이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 하나 떨어져 산화(散花)되는 일반 꽃과는 달리 동백꽃처럼 통 채로 떨어지므로 흔히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꽃은 감질나게 한 두개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붙어 한창 필 때는 잎이 찾아지지 않을 만큼이다. 벚꽃처럼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져버리는 섬뜩함도 없다. 한번 시작하면 거의 초가을까지 피고 지고 이어간다.

 

능소화(凌曨花)란 '하늘을 업신여기고 능가하는 꽃'이란 의미가 들어있다. 헷갈리기 쉬운 가운데 자를 소(宵)로 써보면 밤을 능가하는 꽃이 된다. 한마디로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의 밝음은 물론 깜깜한 밤에도 화려한 꽃으로 주위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경(詩經) 소아(小雅)편에 소지화(曍之華)란 이름으로 능소화 시가 실려 있어서 적어도 3천년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나무이다. 우리나라의 능소화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을 알려져 있으나 기록에 남아있는 것은 없다. 19C초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 보면 능소화는 자위(紫浙)라 하였으며 '야생의 덩굴나무로 영산홍과 같이 붉은 황색을 띠며 꽃에 작은 점이 있고 8월에 콩꼬투리 같은 열매가 달린다'는 기록이 있다. 산에서 어쩌다 만날 수도 있어서 꼭 중국수입 나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망서려 지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도 자위라 하였으며 줄기, 뿌리, 잎 모두 약제로 기록되어 있다. 처방을 보면 '몸푼 뒤에 깨끗지 못하고 어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과 붕루 대하를 낫게 하며 혈을 보하고 안태시키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월동이 어려워 지금은 주로 중남부에 심고 있으며 화려하기 보다 단정한 꽃이라서 옛날에는 흔히 사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수술 끝에 달리는 꽃가루의 끝이 갈고리처럼 생겨서 눈에 들어가면 심한 통증을 가져오므로 유독식물로 알려져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꽃과 잎이 져버리고 겨울에 들어서면 줄기에 마치 가느다란 실을 세로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 같은 줄기의 뻗음이 세월이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아도 나무의 무게가 느끼게 하여 한 겨울의 품위도 잃지 않는다.

 

흔히 보는 능소화 외에 최근에 들여온 미국능소화는 꽃의 크기가 작고 꽃이 거의 처지지 않으며 더 붉은 색을 띠는 것이 차이점이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

 

 

단풍나무

 

계절은 우리에게 풍경의 변화로 다가오거나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에서 금세 알아차린다. 겨울을 바람으로 만난다면 가을은 아무래도 나뭇잎의 색깔 변화와 함께 마주한다. 평지에는 늦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금강산의 바위틈새기 단풍나무들이 온통 붉어져 이름마저 풍악산(楓嶽山)으로 불려지면서 설악산을 거쳐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타고 파도처럼 밀려 내려온다. 내장산에서 그 자태를 뽐내는 것으로 가을을 마감하면서 온통 우리의 산은 살아있는 수채화가 된다.

 

꿈 많은 소녀의 책갈피에서는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소년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가 있고, 아름다운 내일을 그리는 청춘에게는 내년의 푸르름을 연상하면서 가버리는 한해를 아쉬워하는 것이 단풍잎이다. 비에 젖은 후줄근한 단풍잎에서 고개 숙인 장년의 서글픔을 읽게 되고, 청소부의 빗자루 끝에 이끌려 쓰레기통으로 미련 없이 들어가버리는 도시의 단풍 잎에서 노년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자기만 갖는 단풍의 느낌이 있게 마련이다.

 

단풍이 생기는 과정을 잠깐 알아보자. 잎의 엽록소에 붙어 있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하면서 함께 생성된 당(糖)이 가을엔 뿌리로 옮겨간다. 가을밤 기온이 떨어지면 당 용액이 약간 끈적끈적해져 뿌리까지 못 가고 잎에 남아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과 황색계통의 카로틴(carotene) 및 크산토필(xanthophyll)로 변한다. 이들 성분에 따라 붉은 단풍 혹은 노란 단풍이 들고 참나무처럼 갈색 단풍은 더 복잡한 생화학적인 반응으로 만들어진다.

 

단풍은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준비로 애지중지 키워온 잎에다 떨켜를 만들어 과감하게 잘라버린 것이다. 냉엄한 자연의 법칙이지만 섬뜩하기까지 하다.

 

가을 단풍으로 대표되는 단풍나무 종류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나무를 포함하여 약 20여종이 있다. 이들은 독특한 색깔의 단풍 이외에도 가지나 잎이 정확하게 마주보기로 달리며 열매는 시과(翅果)라 한다. 잠자리 날개처럼 생겨서 종자가 바람에 멀리 날아 갈 수 있도록 한 설계이다. 단풍나무 종류에 따라 날개의 크기나 마주보는 각도가 다르다.

 

흔히 말하는 단풍나무는 잎이 5-7갈래로 깊게 갈라져 갓난이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생긴 나무이다. 이와 아주 비슷한 나무에는 당단풍이라 하여 단풍나무보다 잎이 조금 더 크고 가장자리가 덜 깊게 갈라지며 9-11갈래인 것이 다르다. 또 당단풍은 보다 추운 지방에 자라므로 높은 산의 단풍은 대부분이 이 나무이다.

 

단풍나무 종류는 단풍을 감상하는 것으로 용도폐기가 되는 나무가 아니다. 옛날에는 가마, 소반 등에 이용됐고 요즈음은 피아노의 액션 부분을 비롯하여 테니스 라켓, 볼링 핀으로 쓰이며 체육관의 바닥재로는 최고급품으로 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일부도 단풍나무 종류로 글자를 새겼다.

 

단풍나무가 가장 대접을 받는 나라는 캐나다이다. 꼭 단풍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목재로서, 시럽으로서 쓰임새가 나라의 국부(國富)에 크게 기여하므로 아예 국기에 설탕단풍을 밑바탕으로 하였다.

 

 

대추나무

 

계획 없이 주위사람에게 돈을 빌려 여기 저기 빚이 걸리면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한다"고 말한다. 겨울 대추나무는 잔가지가 많고 가시까지 달려 빚쟁이에게 줄 돈 뭉치처럼 걸핏하면 연이 잘 걸렸던 탓이다. 그 만큼 인가 근처에 흔히 심었고 열매에서 나무까지 쓰임새가 너무나 광범위하다.

 

벼락맞은 대추나무로 부적을 만들어 지니면 불행을 막아주고 병마가 범접할 수 없는 상서로운 힘을 갖는다고 믿었다. 이는 나무가 벼락을 맞을 때 번개의 신이 깃들여져 잡귀가 달아나며 나무의 색깔이 붉고 가시까지 달렸으니 못된 귀신이 범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재앙을 물리칠 뿐만 아니라, 단단해지기까지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벼락은 수분 많은 키다리 나무의 몸체를 순간적인 전기의 도체(導體)로 이용하였을 따름이지 나무 재질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벼락을 맞지 않아도 너무나 단단한 대추나무에 벼락까지 맞았으니 더더욱 단단해지지 않았겠느냐는 착각일 따름이다.

 

전해오는 우리의 세시풍습에 가수(嫁樹)라 하여 말 그대로 '나무 시집보내기'가 있다. 설날이나 보름에 Y자로 벌어진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남근을 상징하는 적당한 돌을 힘껏 끼워 둔다. 지름이 커지면서 나무껍질이 눌리게되어 영양분들이 다른 줄기나 뿌리로 가는 것을 막고 과일 쪽으로 많이 가라고 이런 풍속이 생겼다. 선조들의 기막힌 경험과학은 오늘날 환상박피(環狀剝皮)라 하여 과일을 많이 달리게 하는 한 방법으로 발전하였다.

 

나무에 달리는 열매 중에 대추만큼 쓰임새가 넓은 열매도 없다. 설기떡과 증편을 비롯한 떡, 계절 음식인 절식(節食), 별식으로 먹는 찰밥, 십전대보탕 등 대부분의 탕제(湯劑)에도 대추가 빠지지 않는다. 그 외 염병이 나돌 때 대추를 실에 꿰어 사립문에 걸어두거나 대추씨앗을 입에 물고 다니게도 한다. 이것은 붉은 대추가 귀신을 물리친다고 여긴 때문이다.

 

폐백 드릴 때 신부가 펼친 치마에 시부모가 대추를 던져주는 것도 대추나무처럼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염원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지금처럼 던진 것이 아니었다. 세종17년(1435) 1품으로부터 서민들까지의 혼례의(婚禮儀)에 이르기를, 폐백을 드릴 때 "신부가 시아버지께 절하고, 올라가 대추와 밤이 담긴 소반을 탁자 위에 드리면, 시아버지가 이를 어루만진 다음에 시중드는 이가 들여간다"고 하였으며 시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 대추나무를 심기 시작한 기록은 고려 때부터이나 중국의 시경이나 주역에 벌써 대추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심은 것으로 보인다. 고려나 조선조의 왕실 제사에 대추는 빠지지 않으며 오늘날 제사상의 앞줄을 차지하는 조율시이(棗栗枾梨)의 첫 과일이다.

 

왕안석의 조부(棗賦)에 보면 대추나무에 네 가지 득이 있다고 했다. 심은 해에 바로 돈이 되는 득, 한 그루에 많은 열매가 여는 득, 나무의 나무질이 단단한 득, 귀신 쫓는 득이 그것이다. 대추나무의 특징을 잘 나타낸 말이나 열매가 당년에 달린다는 것은 과장이고 3-4년은 기다려야 한다.

 

북한의 아주 추운 지방 이외에는 전국에 걸쳐 자라는 낙엽활엽수로 키가 10-15m, 지름이 거의 한 아름에 이를 수 있는 큰 나무이다. 비슷한 종류로는 산에 관목상태로 자라는 한약이름 산조인(酸棗仁)이라는 묏대추가 있다.

 

 

 

때죽나무(때중나무)

(Styrax japonica Sieb. et Zucc.(영) Japanese Snowbell (일) エゴノキ (漢) 齊墩<제돈>)

 

수목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한결같이 나뭇잎이 이렇게 여러 모양으로 생긴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때죽나무는 뚜렷한 잎의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갸름한 잎에 잎맥이 있고 잎자루가 적당한 길이로 달려있는 대단히 흔한 잎 모양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초보 수목학 수강생'이 잎으로 나무를 구분하는데 가장 애를 먹는 나무가 때죽나무이다.

 

전국의 산허리 이하에 자라는 낙엽활엽수 소교목으로 나무높이 7∼8m에 달한다. 줄기는 짙은 갈색으로서 갈라지지 않아 매끄럽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좁은 계란모양이며 톱니가 없거나 얕은 이빨모양 톱니가 있는 경우도 있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5∼6월에 흰빛으로 피며 아래로 드리우고 2∼5송이씩 뭉쳐 핀다. 7월경부터 파란 열매가 달리는데 열매는 종 모양으로 늘어지며 9월에 익는다.

 

 

동백나무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오."

 

6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다. 대부분 꽃은 질 때 꽃잎이 한 장 씩 떨어지나 동백꽃은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짓밟힌 순결을 상징하며 노래처럼 사랑에 배신당한 비련의 여인과 비유되기도 한다. 프랑스 뒤마의 소설 춘희(椿姬)는 원래제목이 '동백꽃을 들고 있는 부인'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너무나 유명해진 비올레타가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보아 서양인 들에게도 동백은 역시 비극의 꽃이었다.

 

동백나무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늘푸른나무로서 다른 나무들이 활동을 멈추고 겨울넘기기에 여념이 없는 1-2월에 벌써 진초록 바탕에 타는 듯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래서 동백꽃은 예부터 시조나 노래가사의 단골메뉴이었다. 멀리는 동국이상국집에 동백화(冬栢花)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있으며, 고려 충숙왕 때는 채홍철이란 이가 동백나무 노래를 지어 죄를 면하였다 한다. 조선왕조 때는 동백 혹은 산다화(山茶花)라 하여 뭇 시인과 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근세에는 미당 서정주와 신석정의 시에서 동백꽃이 상징하는 슬픔과 아픔을 읽게된다.

 

동백나무는 흔히 숲을 이루어 자란다.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여수 오동도, 보길도의 윤선도 유적지, 해운대의 동백섬 등 알려진 숲이 많다. 꽃이 질 때면 이런 곳의 개울은 온통 동백꽃잎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다. 붉은빛이 주는 섬뜩함에서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여도 힘겹게 살아가던 동백마을 사람들의 삶을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까? 추운 겨울 동안 벌, 나비와 같은 곤충들이 날아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동백나무의 꿀을 좋아하는 아주 작고 귀여운 동박새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해줘 이름도 생소한 조매화(鳥媒花)라 한다. 자기만 살겠다고 처절한 싸움질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을 주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생관계이다.

 

동백나무의 목재는 연한 황갈색을 띠면서 나무질이 고르고 단단하여 얼레빗, 다식판, 장기알, 농용기구 등 다양한 생활용구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열매에서 짠 기름으로는 어두운 밤 등불을 밝히고 옛 여인들의 삼단 같은 머릿결을 윤기 나고 단정히 하는데 쓰였다. 단종 2년(1453) '동백기름은 지금부터 진상하지 말도록 하라'하였고, 중종 4년(1509) '창고에 납입하는 지방의 짙은 황색의 유동기름과 동백기름은 모두 줄이도록 하라'는 기록이 있다. 동백기름은 이처럼 왕실에서조차 아껴 쓰는 고급 머릿기름이었다.

 

자라는 곳은 해안을 타고 서쪽은 대청도, 동쪽은 울릉도까지 올라오나 주로 남쪽의 해안에 분포한다. 5-6m남짓의 적당한 크기로 자라므로 아름드리 나무처럼 위압적이지 않아 좋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갸름한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는 물결모양의 잔톱니가 있다. 잎 표면은 짙은 초록빛이며 뒷면은 황록색이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으며 겨울에서 초봄에 걸쳐 피고 열매는 9-10월에 굵은 밤알 크기만하게 익는다.

 

 

등나무

 

등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통해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 놓은 광합성의 공간을 혼자 점령해 버리는 폭군이다. 칡도 마찬가지로 선의의 경쟁에 길들여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사이의 다툼을 갈등(葛藤)으로 비교하기도 한다.

 

옛 조선조의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대단히 못마땅해 하였다. 중종 32년(1537) 홍문관 김광진 등이 올린 상소문에 "대체로 소인들은 등나무 덩굴과 같아서 반드시 다른 물건에 의지해야만 일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라 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와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빚는 나무이든, 소인배의 나무이든 관념적인 비유일 뿐이고 등나무만큼 쓰임새가 많은 나무도 드물다.

 

잎은 아카시나무와 아주 닮았으나 더 뾰족하고 작으며, 한 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준다. 5월이 되면 연한 보랏빛의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꽃나무로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 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너무 짙푸른 등나무 잎사귀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주는 액센트이다.

 

알맞게 자란 등나무 줄기는 지팡이 재료로 적합한데, 영조 41년(1764) 임금이 나이가 들어 걷기가 불편하자 신하들이 만년등(萬年藤) 지팡이를 바쳤다 한다. 덩굴은 바구니 같은 것을 만드는 데 쓰이며 껍질은 매우 억세고 질겨 새끼를 꼬는데, 또는 키를 만드는 데도 필요한 나무이다.

 

등나무 이야기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등가구에 쓰이는 '등나무'이다. 이 등나무는 외떡잎 식물이며 Rattan이라는 이름을 가진 열대지방의 나무로 실제 등나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쉽게 말하여 대나무와 가까운 집안인데 속이 꽉 차있고 거의 덩굴처럼 수십m씩 길게 자라는 것이 대나무와 다르다.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 천연기념물 89호 등나무는 흔히 용등(龍藤)이라 하는데, 애처로운 전설이 전해온다. 신라시대 이 마을에는 마음씨 착한 두 자매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는데 마침 옆집에 늠름하고 씩씩한 청년이 있어 두 자매는 마음속 깊이 청년을 사모하고 있었다.

 

어느 날 청년은 변방에 전쟁이 일어나 갑자기 싸움터로 떠나버렸다. 손 꼽아 기다린 보람도 없이 청년이 전사했다는 풍문이 두 자매의 귀에까지 들려오자 두 자매는 마을앞 용림이라는 연못에 몸을 던져버렸다. 다음 해 봄 전에 없던 등나무 두 그루가 연못가에 자라기 시작하였다.

 

얼마후 죽었다던 그 청년은 훌륭한 화랑이 되어 마을로 돌아왔다. 두 자매의 사연을 듣고 괴로워하던 그 청년도 어느 달 밝은 밤 연못에 풍덩 뛰어들어 버렸다.

 

다음해 봄이 되자 마땅히 타고 올라갈 나무를 찾지 못하여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는 두 그루의 등나무 옆에 한 그루의 팽나무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등나무는 이 나무를 의지하여 크게 자랐으며 사람들은 용림에서 자란 등나무란 뜻으로 용등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