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8. 次判官 城主 見寄韻 판관 성주가 붙인 운을 보고 이음(4중 3, 4)
幽居涔寂負菁華(유거잠적부청화) 窮僻한 곳에 살며 고요함 속에서 뛰어난 詩 얻으니
病後窮愁一倍加(병후궁수일배가) 病든 후 궁한 근심 한 곱이나 더하네.
五柳陰中陶令宅(오류음중도령댁) 다섯 그루 버드나무 그늘 속에는 陶淵明 집이 있고
百花潭上杜翁家(백화담상두옹가) 百花潭 위에는 杜少陵의 집 있네.
功名有命還鷄肋(명유명환계륵功) 功名은 운이 있어야 하나 오히려 닭갈비 같은 것
酊餖登盤只蕨芽(정두등반지궐아) 小盤에 오른 음식 굄새 다만 고사리 싹 뿐일세.
富貴倘來吾豈敢(부귀당래오기감) 富貴가 가령 온다한들 내 어찌 감당하리?
此身元自厭豪奢(차신원자염호사) 이 몸은 원래 스스로 豪奢를 싫어한다네.
寥寥窮巷避炎霖(요요궁항피염림) 한적하고 궁벽한 시골에서 더위와 장마를 피하고
伏櫪寧無老驥心(복력영무노기심) 나이 들어 궁지에 빠져있다 한들 어찌 늙은 千里馬 생각
없겠는가?
己卯年間曾託契(기묘년간증탁계) 卯 年間(1639년, 인조 17년)에 일찍이 서로 믿고 맺은 정분
있고
峨洋曲裏有知音(아양곡리유지음) 峨洋曲속에서 절친한 친구가 있었네.
潯陽我解淵明紱(심양아해연명불) 潯陽의 陶淵明이 벼슬 버리듯 나도 버리고
單父君鳴子賤琴(선보군명자천금) 그대는 魯나라 單父(선보)에서 宓子賤(복자천)이 거문고
울리 듯 할까?
萬顆驪珠何以報(만과여주하이보) 萬 낱의 검은 구슬, 같은 것으로 어떻게 갚으리오?
陽春元是郢中吟(양춘원시영중음) 陽春曲은 원래 楚나라 郢땅 사람들 부르는 卑屬한 曲調일
* 涔寂 : 움침하고 고요함.
* 菁華 : . 1) 물건 속의 깨끗하고 아주 순수한 부분. 2) 뛰어나게 우수함 또는 그 광채.
* 百花潭 : 중국 쓰챤성(泗川省) 청두(成都)에 있는 관광지. 화원 겸 연못.
* 杜翁 : 중국 盛唐時代 現實主義 詩人 杜甫(712~770)를 일컬으며, 異稱으로 杜拾遺, 杜工部, 杜少陵, 杜頭草, 詩聖, 李杜 등으로 불리 운다.
* 酊餖 : ‘음식을 죽 늘어놓고 먹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의미 없는 文詞(文章에 나타난 말)를 죽 늘어 놓음을 이르는 말.
* 寥寥 : 1) 고요하고 쓸쓸하게, 2) 매우 저고 드물게.
* 伏櫪 : 老驥伏櫪.
* 單父 : 지금의 山東省 單縣(선현)이다. 공자의 제자 복자천은 선보를 다스리는데 거문고만 튕길 뿐 堂下에 내려오지 않았으나 治世를 謳歌했다.
* 元是 : 본디.
2-140. 次前韻 敬奉鈴軒求敎 앞 운에 이어 영헌 구교에게 공경하여 받들음 (4의 4)
好雨支離轉成霖(호우지리전성림) 좋은 비 지루하게 내리드니 장마 비로 바뀌었는데
中宵叵耐憶群心(중소파내억군심) 밤중에 견디기 어려워 그대 생각하는 마음 일세.
幸叨膠漆金蘭契(행동교칠금란계) 다행히 외람되게도 膠漆之交와 金蘭之契를 맺고
虛慾陽春白雪吟(허욕양춘백설음) 따뜻한 봄날 허욕 되게 白雪曲을 읊었지.
彭澤幾傾無事酒(팽택기경무사주) 彭澤에서 핑계 없는 술을 몇 번이나 기울였나?
廣陵重續絶絃琴(광릉중속절현금) 廣陵에서 끊어진 거문고 줄을 다시 이었네.
窮途此日誰憐我(궁도차일수련아) 곤궁에 처한 이 날에 누가 나를 가엾다하겠나?
抱膝時爲寂寞吟(포슬시위적막음) 무릎 그러안고 때로는 조용히 노래 읊기도 했지.
* 廣陵 :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조선 世祖와 그의 妃 貞熹 왕후의 능.
* 無事酒 : 전국시대 陳軫이 犀首에게 “公은 어찌하여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가?”하니, 犀首가“일이 없기 때문이다.”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 70 陳軫列傳 > 또 蘇軾의 詩 虢州 수령으로 가는 王伯을 보내며<송왕백이수괵>에서 “오직 使君이 천리 밖에서 오니 三堂의 無事週를 마시고자 하리, 三堂에는 한 가지 일도 없으니 해 길어 잠에서 깨면 投壺소리 들리리라”하였다.
2-142. 更次前韻敬呈 鈴軒案 다시 앞 운을 이어 영헌안에 공경하여 드림 (6의 4)
病伏孤村十日霖(병복고촌십일림) 병으로 누워있는 외딴 시골에는 열흘간 장마 오고
窮途偏荷使君心(궁도편하사군심) 困窮한 처지 되니 그대 마음에 짐만 지울 뿐이네.
向來詩社叨推奬(향래시사조추장) 지난 번 詩 모임에서는 猥濫되게 여럿 중에 칭찬하여주시고
今日鈴軒佩德音(금일영헌패덕음) 오늘 수령의 칭찬 말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겠소.
壺裏屢乾彭澤酒(호리누건팽택주) 술병 속에는 맛 좋다는 彭澤 술이 여러 번 떨어졌고
夢中猶憶雪山琴(몽중유억설산금) 꿈속에선 오히려 雪山의 거문고 소리 기억나지.
可憐一餉繁華事(가련일향번화사) 한 때 繁昌하고 화려 했던 일 가련하고
空伴床頭蟋蟀吟(공반상두실솔음) 공연히 평상머리에선 귀뚜라미 짝하여 읊조리네.
* 推奬 : 여럿 중에서 특별히 쳐들어 함.
* 佩 : 1) 지니다. 휴대하다. 2) 마음먹다. 명심하다.
* 彭澤酒 : 도연명이 즐겨 마셨다는 흰 밥알(‘파란개미’라 美稱)이 뜨는 맛있는 술을 말한다.『歸去來辭』에서 “携幼入室, 有酒盈樽,(어린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니, 술이 동이에 가득 차 있어),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술잔을 끌어 자작을 하고서 뜰의 나무를 바라보니 얼굴 가득 행복하기만 하구나.)라고 읊었다.
2-144. 更次前韻示 李仲玉詞丈 다시 앞 운에 이어 이중옥 사장에게 보임
移家京口閉門居(이가경구폐문거) 집을 서울 어귀로 移徙하고 문을 닫고 있으니
子夜靑燈近歲除(자야청등근세제) 子時 한밤중 푸른 빛 등불에 섣달그믐 가까 왔네.
彭澤何嘗樽有酒(팽택하상준유주) 彭澤에는 도대체 언제부터 술통에 술이 있었는가?
馮生空歎食無魚(풍생공탄식무어) 馮生은 공연히 밥상에 생선이 없다고 한탄했다네.
山陰積雪回舟後(산음적설회주후) 산그늘에 쌓인 눈은 배가 돌아온 후의 일이요
㶚崖寒梅着蘂初(패애한매착예초) 패수(서울) 언덕에 찬 매화 꽃술 생기기 시작하네.
遙想故園新物色(요상고원신물색) 멀리 고향의 새로운 경치 생각하니
壁塵應沒案頭書(벽진응몰안두서) 벽의 먼지는 응당 책상머리 책들을 덮었겠지.
* 馮生 : 춘추시대 齊나라 사람 馮驩을 가리킨다. 孟嘗君의 門客이 되어 그의 지시로 薛 땅에 가서 빚을 받아오게 되었는데, 薛 땅에 도착해서 빛을 받는 대신 빚진 사람들의 문서를 모두 모아서 불태운 다음 잔치를 베풀어 주자, 사람들이 모두 만세를 불렀다. 그 후에 맹상군이 쫓겨나서 설 땅으로 가자 薛 땅 사람들이 모두 나와 맞이하였으며, 孟嘗君은 이를 기반으로 하여 다시 실권을 장악하였다. ≪史記 卷75 孟嘗君列傳≫
* 遙想 : 1) 멀리 떨어진 곳의 상황을 상상한다.(遙憶) 2) 회상하다. 추억하다.
2-147. 立春 입춘
客裏纔新歲(객리재신세) 객지에서 겨우 새해맞이하고
愁中又立春(수중우입춘) 근심 중에 또 立春을 맞네.
梅舒寒意思(매서한의사) 梅花는 매서운 志操와 節槪로 꽃을 피우고
柳動暗精神(유동암정신) 버들은 남몰래 봄이 왔음을 알아 새 눈이 터지네.
幸遂棲遲願(행수서지원) 다행이 은퇴하여 시골에서 사는 원을 이루니
仍成放浪人(잉성방랑인) 오히려 떠돌이가 되었네.
樽無彭澤酒(준무팽택주) 술 단지에 陶淵明이 즐겨 먹었다는 彭澤酒는 없지만
惆悵對佳辰(추창대가신) 실망하여 슬프기는 하나 좋은 때를 맞았네.
* 惆悵 : 실망하여 슬픔.
4-10. 漫興 흥에 겨워 읊다
世亂吾將隱(세란오장은) 세상 어지러워지면 나는 장차 숨어버리고
身閑不願餘(신한불원여) 몸 한가하다면 그 나머지는 원치 않네.
柳深陶令宅(유심도령댁) 버드나무 무성한 곳은 五柳先生 陶淵明 宅이었고
蓬위 杜郞居(봉위두랑거) 쑥이 무성한 곳은 杜郞이 살았었다 하네.
懶引淸秋酌(라인청추작) 밝은 가을에 술잔 느긋하게 끌어당기고
耽看薄暮魚(탐간박모어) 땅거미 질 무렵이면 고기를 즐겨 보기도 하지
田園無事坐(전원무사좌) 전원에서 아무런 일 없이 앉아
時閱相牛書(시열상우서) 때로는 소 살피는 글 드려다 보네.
* 杜郞 : 杜生으로, 宋 나라 때의 隱士이며, 작품으로 《宋史》 《杜生傳》이 있다.
* 相牛書 : 相牛經》을 말하며 소의 좋고 나쁨을 식별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