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 庶果亭 八景
4-95-1. 妓潭朝雲 기담의 아침 구름
出峀輕盈態(출수경영태) 산봉우리는 悠然한 姿態이고
依林靉靆姿(의림애체자) 우거진 숲은 뭉게뭉게 솟아나는 구름 모양이네.
濃來疑活畵(농래의활화) 짙어져 오는 것은 살아있는 그림인가 의심되고
纖處學蛾眉(섬처학아미) 섬세한 곳은 나비 눈썹을 模倣한 것 같네.
蕩漾巫山夢(탕양무산몽) 넘실거리는 물결은 巫山之夢의 朝雲인 듯하고
蒼茫洛浦期(창망낙포기) 아득하게 넓은 바다는 洛州의 開浦를 기약한 듯하네.
草堂無長物(초당무장물) 草堂에 쓸 만한 物件 없으니
留爾作藩籬(유이작번리) 너를 머물게 하여 울타리로 삼는도다.
4-95-2. 麻峴暮雨 마현의 저녁 비
急峽雲容濕(급협운용습) 갑자기 골짜기의 구름은 습기를 머금더니
孤村雨脚斜(고촌우각사) 외딴 마을에 빗발은 비스듬히 내리네.
依依催暮景(의의최모경) 어렴풋이 저물어가는 경치 재촉하니
脈脈動春華(맥맥동춘화) 끊임없이 봄 경치는 화려해 지네.
綠迸前溪草(녹병전계초) 푸른 것은 앞개울에 풀이 흩어져 달아나는 듯하고
紅添別院花(홍첨별원화) 붉은 것은 別堂에 꽃이 어울리듯 보태줌일세.
動風啼布穀(동풍제포곡) 봄바람에 뻐꾸기 우니
農務屬田家(농무속전가) 농사일은 農夫에게 맡겨야지.
4-95-3. 學堂霽月 학당에 개인 달
霽影當樓滿(제영당루만) 비 개이자 달그림자 樓에 가득 하고
晴光入夜闌(청광입야란) 맑게 개안 달빛은 밤이 다 하도록 들어오네.
不妨呼酒飮(불방호주음) 술 불러 마시는 것도 해롭지 않은데
且復捲簾看(차부권렴간) 또 다시 주렴 걷어 올리고 바라보네.
玉闕溶溶碾(옥궐용용년) 옥토끼가 사는 궁궐에서는 조용하게 맷돌질하고
金波脈脈寒(금파맥맥한) 금빛 물결 같은 달빛은 여전히 차갑네.
三更風虜重(삼경풍로중) 三更에 바람과 이슬 더욱 심한데
徒倚曲欄干(도의곡난간) 홀로 굽은 欄干에 기대어 달(빛)만 바라보네.
4-95-4 . 米院炊煙 미원의 저녁 짓는 연기
野店依俙裏(야점의희리) 시골 旅人宿은 어슴푸레하여 희미하게 보이고
溪村縹緲間(계촌표묘간) 냇가 마을은 멀고 아득하여 보일 듯 말 듯하네.
橫來疑素練(횡래의소련) 가로 뻗쳐오는 것이 흰 비단인가 의심나고
籠罷失靑山(농파실청산) 한데 뭉쳤다 흩어지니 靑山은 보이지 않네.
乍向遼空沒(사향요공몰) 잠간 먼 공중 향하여 없어지니
仍催宿鳥還(잉최숙조환) 이내 잠자리 찾는 새 돌아오길 재촉하네.
鉤簾新雨後(구렴신우후) 발 걸어 올리니 비온 후라 새롭게 보이고
落日下柴關(낙일하시관) 지는 해는 사립문을 비추네.
4-95-5. 樓洞牧笛 누동의 목동 피리
芳草前溪路(방초전계로) 芳草 우거진 앞 개울가 길에선
斜陽遠牧牛(사양원목우) 지는 햇살 아래 멀리서 소에 풀을 먹이고.
一聲橫竹意(일성횡죽의) 가로쥔 대나무 피리에서 나는 한 가락의 뜻은
千古落梅愁(천고막매수) 먼 옛적의 매화 떨어질까 걱정하는 듯하네.
亂度山村暮(난도산촌모) 저무는 산마을을 허둥지둥 지나서
遙侵水店幽(요침수점유) 멀리 물가 가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네.
曲終人不見(곡종인불견) 曲調는 끝났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煙雨滿汀洲(연우만정주) 안개처럼 내리는 비는 물가 모래톱을 꽉 채웠네.
4-95-6. 耳巖樵歌 이암의 나무꾼 노래
荷斧初尋洞(하부초심동) 도끼 울러 메고 처음 동리 찾으니
行歌晩出村(행가만출촌) 길 가며 부르는 노래 늦게 마을에서 나오네.
聲傳山石裂(성전산석렬) 소리 전해지면 산속에선 돌이 찢어지는 듯하고
響斷谷風掀(향단곡풍흔) 산울림소리 끊어지면 골바람이 번쩍 들리는 듯하네.
雪逕愁冰滑(설경수빙활) 눈길에 얼음 미끄러워 염려하고
陽坡愛日暄(양파애일훤) 양지 바른 언덕 햇볕 따뜻함을 그리워하지.
孤烟乘暮起(고연승모기) 외딴집 연기 저녁이면 피어오르는데
何處是柴門(하처시시문) 어느 곳이 (이 집의) 사립문인가?
4-95-7. 玉界尋僧 옥계를 찾은 스님
晩向金沙界(만향금사계) 느지막이 寺刹을 향해 들어
閒尋玉板禪(한심옥판선) 한가히 玉板위에서 坐禪하는 스님을 찾네.
香傳花雨夕(향전화우석) 꽃잎 흩날리는 저녁에 향불을 피워놓고
梵罷蔚藍天(범파울람천) 몸과 마음 깨끗이 하고나니 蒼空에 오른 것 같고.
蕙帳披雲臥(혜장피운와) 蕙草 揮帳에 구름이 피어올라 드리우니
松窓伴鶴眠(송창반학면) 소나무 창문 아래에 鶴을 벗하여 잠을 자네.
虎溪三笑處(호계삼소처) 虎溪의 세 隱士가 웃은 곳은 아니지만
留作淨因緣(유작정인연) 머물러 淨潔한 인연 맺었네.
4-95-8. 陶谷訪友 도곡의 친구 방문
爲赴尋春約(위부심춘약) 봄에 찾을 언약을 알리기 위함인데
還成訪戴期(환성방대기) 도리어 방문하여 기약을 받들게 되었네.
林深愁露重(임심수로중) 숲 우거졌으니 이슬이 많을까 걱정되고
溪漲㥘橋危(계창겁교위) 시냇물 벌창하니 다리 위태할까 겁이 나네.
野甕新開釀(야옹신개양) 뜰에 항아리는 새로 술 빚기 시작하였고
風軒晩鼓碁(풍헌만고기) 풍치 좋은 난간에 늦게 바둑소리 울리네.
不妨乘月去(불방승월거) 달빛을 따라가는 것도 해롭지 않으리니
歸路莫嫌遲(귀로막혐지) 돌아가는 길 늦었다고 싫어하지 마시오.
4-219 贈 和朋兄 見寄 明來兄이 부친 것을 보고 和答하여 드림
伯氏吹塤仲氏篪(백씨취훈중씨지) 큰형은 질나팔 불고 둘째형은 저를 불며
每將篇什較神奇(매장편집교신기) 매양 詩歌 가지고 신기함을 비교하였지
姸情深得連環體(연정심득연환체) 고운 詩情으로 연환체를 깊이 터득하였고
麗藻仍成織錦詞(여조잉성직금사) 고운 문장은 자주 비단 짠 것 같은 글 이루지
盈把明珠誇篋笥(영파명주과협사) 한 웅쿰 가득 찬 밝은 구슬 상자를 자랑하겠고
有聲哀玉合桐絲(유성애옥합동사) 소리 있는 애처로운 玉 거문고줄에맞겠지
詩壇不覺降旛竪(시단불각항번수) 詩壇에서 降伏의 旗 세워지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白雪陽春和者誰(백설양춘화자수) 白雪陽春曲 和答(唱和)할 이는 누구인가?
* 伯氏吹塤仲氏篪 : 伯氏吹壎 仲氏吹篪를 平仄에 맞춰 줄인말(출전 : 詩經-小雅-何人斯)로
壎은 塤과 같은데 塤은 흙으로 만들고 篪는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이다.
또한 塤篪는 '의좋은 형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