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芷潭集 "家族愛"

우렁터 2021. 1. 28. 20:32

2-11 喪小兒 二首        어린아이(큰 딸)을 잃고  두수

 

生於斯土沒於斯(생어사토몰어사)          이 땅에서 낳아 이 땅에 묻혔으니

草草光陰僅閱朞(초초광음근열기)          바삐 가는 세월에 겨우 돌을 살았구나.

流乳滿襟誰更飮(유유만금수갱음)          흐르는 젖 옷깃에 가득하니 뉘라 다시 마실꼬

此懷惟有老妻知(차회유유노처지)          이 회포는 오직 늙은 아내나 알고 있으리.

傷心不忍過層峰(상심불인과층봉)          상하는 마음 견딜 수 없어 산봉우리 층층이 지나니

耳若聞啼眼見容(이약문제안견용)          귀에는 어린아이 울음 들리고 눈에는 그 形容보이는 것 같

人世百年無好事(인세백년무호사)          人間世上 百年에 좋은 일 없으니

九原他日幸相逢(구원타일행상봉)          九天에서 다른 날 僥倖이 서로 만날 수 있을까?

 

4-30. 喪女.          (둘 째) 딸을  잃고(무인년 봄 1638년)

 

我年將四十(아년장사십)          내 나이 앞으로 40이 되는데

無子有三女(무자유삼녀)          아들은 없고 세 딸이 있었지.

往歲哭汝兄(왕세곡여형)          지난해는 너의 언니 잃어 우더니

今春又喪汝(금춘우상녀)          올 봄엔 또 너를 잃는구나

年皆過五齡(년개과오령)          나이 모두 다섯살 지나서

次第捨我去(차제사아거)          차례로 나를 버리고 가는구나

天何毒我偏(천하독아편)          하늘은 어찌 나에게만 괴로움을 주며

鬼何不我恕(귀하불아서)          귀신은 어찌 나를 헤아려 주지 않느냐?

 

積惡實在余(적악실재여)          잘못을 저지른 것은 실은 내게 있는데

無知爾何與(무지이하여)          알지도 못하는 네게 業을 주느냐?

且哭且呼命(차곡차호명)          또 울고 또 이름을 부르짖으며

悲辭爲爾敍(비사위이서)          슬픈 넋두리를 네 앞에서 늘어놓는구나.

殷勤育汝時(은근육여시)          차분히(操身하게) 너를 기를 때

日夜煎百慮(일야전백려)          밤낮으로 많이 속도 태웠지.

沈疴落成春(침아낙성춘)          病에 걸려 서울에서 맞은 봄철이며

抱瘧楸村暑(포학추촌서)          瘧疾에 걸려 ‘가래울’에서 맞은 여름철이었지.

 

春還氣欲蘇(춘환기욕소)          봄 돌아오니 기운이 조금 소생할 듯하다가

紅疫以摧沮(홍역이최저)          홍역으로써 꺾이고 무너졌네.

藥餌竟無良(약이경무량)          약이 되는 음식에도 끝내 신통함이 없으니

微誠神不攄(미성신불터)          작은 정성도 神에게 펴지 못했네.

孰謂一瞬間(숙위일순간)          누가 한순간이라 이르던가?

尋死遽如許(심사거여허)          흔히 죽는 것이 갑자기 이런 듯하네.

涕淚濕滿裾(체루습만거)          콧물 눈물 소매 적셔 흥건하니

心傷餘幾緖(심상여기서)          마음 상한 나머지 얼마나 쇠잔하겠나?

 

想見婉爾形(상견완이형)          생각나면 나타나는 너의 예쁜 모습이요

如聽琅然語(여청랑연어)          들리는 듯 낭랑한 너의 말소리로다.

每羨同帶兒(매선동대아)          늘 같은 무리 아이들 부러워지고

空悲舊遊處(공비구유처)          공연히 슬퍼짐은 예전에 네가 놀던 곳이로다

.俗忌有所拘(속기유소구)          속되게 거리끼고 끌리는 바 있어서

汝喪時未擧(여상시미거)          너의 죽음은 때때로 들어내 놓고 말도 못하겠노라.

遙知兄弟魂(요지형제혼)          멀리 있는 너희 형제 혼을 안다면

應作泉途侶(응작천도려)          응당 黃泉길에 짝이 되어라.

 

汝弟尙乳下(여제상유하)          네 아우는 아직도 젖먹이이니

風摧鴻雁序(풍최홍안서)          못된 病은 鴻鴈의 次例를 무너뜨렸구나.

浮生此零替(부생차영체)          덧없는 인생 이처럼 보잘 것 없이 되었으니

畢竟知何所(필경지하소)          마침내 어느 것을 안다 하리오?

歲月自流水(세월자류수)          세월은 진실로 흐르는 물 같고

乾坤一役旅(건곤일역여)          세상은 한번 머물렀다 가는 여관 같도다!

棄置復棄置(기치부기치)          버려두고 또 버려두니

無家羨萇楚(무가선장초)          집 없는 萇楚를 부러워하네.

 

4-42. 到 豊江             풍강에 이르러

 

秋生南浦水如苔(추생남포수여태)          가을의 南浦 물은 이끼 낀 듯 파랗고

多少漁村隔岸開(다소어촌격안개)          많지는 않으나 몇몇 漁村이 언덕 너머에 펴져있네.

孤鶴已從疎雨沒(고학이종소우몰)          외로운 鶴은 이미 가랑비에 날개가 젖었고

片帆初趂夕陽來(편법초진석양래)          조각배는 석양을 쫒아 들어오기 시작하네.

登盤喜見松江味(등반희견송강미)          小盤에 오른 松江 농어의 맛 즐겁게 보겠고

欹帽時傾栗里杯(의모시경율리배)          紗帽 기우림은 때로 栗里의 왕홍이 준 술잔 같이 기울였네.

自是桑楡瞻仰地(자시상유첨앙지)          이곳으로 부터 서쪽 고향을 우러러 보는 곳인데

海山霜露不禁哀(해상상로불금애)          바다와 산에 서리 같은 이슬 내리니 슬픔 금치 못하겠네.

 

* 豊江 : 先君(霞隱公)의 묘소가 있는 풍덕(개풍군) 지방의 江. 하은공은 황해도 관찰사를 지내셨고 墓도 황해도 개성군 임한면 유천리에 있다. 지담공은 병술년(1646년, 인조 24년) 9월에 햠경도 도사를 제수받고 풍강을 경유하여 임지로가며 先君을 추모하며 이 시를 지은 듯하다.

 

 

4-46. 謝先墓          선산을 물러가며

 

亂後餘生本不期(난후여생본불기)          亂離 후 남은 목숨 본디 기약할 수 없으니

一年重拜故山陲(일년중배고산수)          일 년에 거듭 고향 산 변두리를 拜禮했네.

蒼苔已蝕階前石(창태이식계전서)          푸른 이끼 이미 묘 앞 石物을 차츰 좀 먹듯하고

翠柏重添隴上枝(취백중첨농상지)          푸른 잣나무는 거듭 封墳 위로 가지 더 덮어가네 

霜露可堪今日淚(상로가감긍일루)          서리와 이슬은 가히 오늘의 눈물 견디게 하고

羹墻益切曩時悲(갱장익절낭시비)          추모하는 뜻 지난날 슬픔보다 더욱 간절하네

明春寒食應來此(명래한식응래차)          내년 봄 한식에 응당 여기 오겠지만  

游子深情宿草知(우자심정숙초지)          나그네 깊은 정 여러해살이풀 만은 알겠지.

 

* 羹墻 : 祖上이나 어진이를 늘 思慕함. [後漢書] <李固列傳>에 堯 임금이 죽은 뒤 舜 임금이 삼년 동안 지극히 사모하여 밥을 먹으면 국그릇에서, 앉아 있으면 담장에서도 堯 임금을 뵙는 듯하였다는 故事가 있다.

 

4-72. 月夜思親         달밤에 어버이 생각

 

 

苦被微官縛(고피미관박)          어려운 微官末職에 얽매이게 되었고

偏憐老病侵(편련노병침)          늙어 병드는 것조차도 어여삐 여기셨네.

不遑將毋計(불황장무계)          公務에 겨를이 없어 장차 살아갈 계책도 못 세우고

孤負倚門心(고부의문심)          자식 돌아오기 기다리시는 어머니 마음 저버리게 되었네.

次第尋來札(차제심래찰)          다음 차례에 오는 편지에는

丁寧寄好音(정령기호음)          틀림없이 좋은 소식 부쳐오겠지.

中宵無限月(중소무한월)          한 밤중에 한없이 달을 보며

忍作越人吟(인작월인음)          望鄕歌 짓기를 참았네.

 

* 丁寧 : 추측컨대, 틀림없이

  越人吟 : 越吟. 故國(또는 故鄕)에 대한 그리음을 담은 노래. 望鄕歌 (越人 莊舃의 故事)

 

4-82. 憶幼子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別汝經三月(별녀경삼월)           너와 이별한지 석 달이 지났는데

思歸苦不禁(사귀고불금)           돌아갈 생각하니 괴로움 금치 못하겠구나.

將吾舐犢愛(장오지독애)           장차 내가 로 지극히 사랑하며 기르려 했는데

想母倚閭心(상모의려심)           어머니 문에 기대어 바라보는 마음() 생각 하렴.

怳接孩提笑(황접해제소)           어슴푸레 두세 살 어린이가 웃는 것을 대하듯

如聆宛轉者(여령완전자)           마치 굴리는 듯한 말소리 듣는 듯하네.

長安秋雨夜(야안추우야)          서울에 가을비 오는 밤

悄悄動悲吟(초초동비음)          시름에 겨워 조용히 슬픈 노래 읊어 보네

 

* 舐犢愛 : 舐犢之愛.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사랑, 즉 부모의 자식 사랑.

  悄悄     : 근심과 걱정으로 시름 없음.  조용한(고요한) 모양

 

4-109. 鄭聘君 輓詞 二首          장인의 만사 2수

 

五十人間世(오십인간세)          오십 년 인간 세상에

無男九女家(무남구녀가)          아들은 없고 아홉 딸만 기른 집이라네.

黃堂曾製錦(황당증제금)          太守의 堂에서 錦心繡腸으로 뛰어난 詩文 짓고

烏府舊鳴珂(오부구명가)          御史臺에서 옛날 車馬騶從(거마추종) 가득하여 白瑪瑙(백마노)를 울렸었지.

心事惟嚬蹙(심사유빈축)          마음속으로 생각한 일 못 마땅해 하셨고

天涯付咄嗟(천애부돌차)          天壽는 혀를 차며 哀惜히 여기도록 짧게 받으셨네.

可憐身後計(가련신후계)          가련하다. (당신이)죽은 뒤의 계획은

今夕奈翁何(금석내옹하)          오늘 저녁 같으면 어찌 노인인들 어찌할까?

 

作贅公門久(작췌공문구)          公의 門中 (데릴)사위 된 지 오래이니

偏承子視恩(편승자시은)          오로지 대를 이을 자식처럼 여기시는 은혜 입었네.

宜家琴在御(의가금재어)          부부간의 즐기는 樂으로 거문고가 집안에 있고

入室酒盈樽(입실주영준)          집에 들면 술이 술통에 가득하였지.

蹙頞仍多女(축알잉다녀)          눈살을 찌푸림은 많은 딸들 두었기 때문이고

焦身爲屢婚(초신위루혼)          心身이 焦憔(초초)해짐은 여러 번 婚姻을 행함이었지.

寧丁身後事(영정신후사)          零落하여 외롭고 의지할 곳 없음은 돌아가신 뒤의 일이요

存沒重含寃(존몰중함원)          살아서나 죽어서나 간에 寃痛함을 거듭 품었네.

 

* 錦心繡腸 : 시문에 가사여구를 지어내는 뛰어난 재주.

  車馬騶從 : 수레와 말과 뛰따르는 종

  白瑪瑙 : 흰색 윤이 나는 고운 보석.

  焦憔    : 애를 태우며 금심함